연금보험 공시이율과 최저 보장이율의 함정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생명보험, 화재보험사가 계열사로 있는 대기업이었습니다. 입사를 하면 월급에서 연금보험을 떼어 가고 회사에서 같은 금액을 매칭해서 납입해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연금보험에 20만원을 납입하면 회사에서도 20만원을 납입해줘서 총 40만원을 연금보험에 적립해 주는 식입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가입을 해서 연금보험 최저 보증이율이 4%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전에야 높은 이율이 아니었지만 금리가 인상되기 전까지 저금리 시기에는 꽤 높은 이율이라 나름 든든한 노후 대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익률을 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아니! 최저보증이율이 4%인데 연 평균 수익률은 1.47%라니 어떤 마법을 부린걸까요?
열심히 검색해 보니 최저 보증이율은 사업비를 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적용된다고 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7419558#home
공시 이율 5%에 속지 말자 … 사업비 떼면 3.4%
결혼 3년차인 강모(30)씨는 연금보험을 들기 위해 상품을 알아보다 예상보다 금리가 높아 깜짝 놀랐다. 생명보험사마다 대부분 공시 이율이 5%선인 연금보험 상품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www.joongang.co.kr
보험사는 내 수익을 얼마나 떼어 먹었나?
그럼 제 연금보험을 운용하는 OO화재는 사업비를 얼마나 떼간걸까요?
약관이나 어딘가에 조그마한 글씨로 사업비가 나와 있을 것 같지만
찾아보기 귀찮으므로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최저보증이율이 연 4%지만 이율이 4%보다 높았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으니 가입기간 동안 이율이 계속 4%로 유지되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만약 매월 15만원씩 20년을 적립하고 적립금에 대해 4%의 이자가 붙었다면 20년 후의 가치는 다음과 같이 FV() 엑셀 함수를 이용하여 구할 수 있습니다.
=FV(이자율, 납입기간, 납입금)
위에서 가정한 숫자들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매월 납입하므로 이자율은 4%/12로 입력하고 납입기간은 20년*12로 입력합니다.
=FV(4%/12, 20*12, 150000)
계산 결과는 약 5,500만원이 됩니다. 매월 15만원씩 20년을 넣은 경우 원금이 3,600만원이므로 누적 수익률은 52.8%가 되어야 하네요. 그런데 만약 실제 누적 수익률이 35%라면 그 차이는 바로 보험사가 돈을 내자마자 낼름 떼어가는 사업비 때문입니다. 사업비가 얼마인지 추정하기 위해 월 납입금에서 10%를 사업비로 떼어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월 납입금이 10% 줄어들어 150000*0.9가 됩니다.
=FV(4%/12, 20*12, 150000*0.9)
이 경우 계산 결과가 4,950만원이 되고 누적 수익률은 약 37%가 됩니다. 잡았다! 요놈!
보험사는 제가 내는 납입금의 10% 정도를 떼서 자기들 사업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수익을 돌려주면서 무려 연 4%나 되는 최저 이율을 보증한다고 생색을 내고 있습니다.
연금보험 유지할까? 해지할까?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다른 연금상품 없이 연금보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연금펀드로 옮기는걸 추천 드립니다. 요즘 주식도 폭락했으니 Buy the dip할 수 있는 좋은 기회겠네요. 다만, 퇴직이 얼마 안 남으셨고 연금보험에서 나오는 연금이 꼭 필요하다면 펀드로 옮기는걸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됩니다.
제 경우는 다른 연금상품이 있고 연금보험이 (구)연금보험이라 세액공제가 아닌 소득공제를 받는다는 점, 연금수령시 세금이 없고 종합소득세 산정에서 빠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소득공제가 가능한 최소 금액인 월 15만원씩만 납입하면서 유지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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